수강 후기

제 목 [수강후기] 포도 인체 초급 후기!
작성자 댕댕이 등록날짜 2018-01-21 16:06:33 / 조회수 : 2,968
  •  제 취미는 게임 제작입니다. 코드 같은 것은 꽤 오래 다뤄와, 어떤 시스템을 구현하고 게임의 틀을 만드는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림 그리기와는 워낙 연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그래픽적인 요소를 철저히 빼든지, 아니면 협업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전자는 게임이 심심해져버리고, 후자는 시간과 비용이 대폭 늘어난다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번 이러는 것도 일이다 싶어서, 그림을(특히 인물을) 좀 쉽게 그릴 수는 없을까 싶어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당장 그림 잘 그리는 법, 혹은 사람 잘 그리는 법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글과 영상이 나옵니다. 문제는 제 스스로가 완전히 초보이다보니 정보의 중요도를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반측면 얼굴 쉽게 그리는 방법, 손가락 그리는 팁, 팔 근육은 이렇게 생겼다, 예쁜 눈 그리기, 그림자 넣는 법, 로우앵글에서 올려다보는 법 그리기.. 개개의 정보는 '꿀팁'이라고 할만한 것들이지만, 그 모든 게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오다보니 정보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내용들은 약간 도움이 되긴 했지만, 사람 하나 그리는데 하루 1~2시간 씩 3주가 걸리는 건 여전했습니다(그 중 2주 정도는 "뭔지 모르겠는데 어색해서 고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와, 10년 쯤 하면 이런 내용들 반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우연히 도형화 강좌 샘플을 보게 됐는데, 제가 그렇게 찾던 '인체 그림의 개요'를 발견한 기분이라 좀 설렜습니다. 마침 목소리도 좋으셔서(?) 이거다 싶어 수강 신청도 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좌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여기저기서 하나씩 감질나게 찾던 '꿀팁'들도 다 포함하고 있어서 따로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사실 대부분의 꿀팁이랄 것들은 핵심 내용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감탄했던 부분은 잘 짜여진 글을 보는 듯한 Top-Down 방식의 깔끔한 과정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개요를 올바르게 작성할 수 있어야합니다. 기본적으로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은 주제 → 문단 → 문장 → 세부 수사 순이죠.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인체의 전반적인 형상이나 위치, 비율에 대한 이해 없이 개개의 '꿀팁'들만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는 건, 글을 잘 쓰기 위해 수사학부터 배우겠다는 발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도형화는 기본적으로 그런 큼직하고 중요한 '개요 작성'에 해당하는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익힐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곧 폭넓은 응용의 밑바탕이 됩니다. 가령, 어깨에 해당하는 동그라미의 크기와 위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캐릭터가 건장해보인다거나 가냘프게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몸통 사각형을 좀 줄이고 골반 좌우 폭만 좀 넓혀도 확연히 여성스럽게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원기둥만 연결해도 팔을 뻗는 걸 묘사할 수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전에는 가만히 앉아있는 걸 그리는데도 십수 시간 걸렸던 걸(어색해서 자꾸 고치다보니..) 이젠 다리 꼬고 앉은 걸 40분만에 더 나은 퀄리티로 마무리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도형화에 대한 감을 잡을 즈음이 되면 여기에 근육을 얹는 해부학 파트로 넘어갑니다. 저는 6강 즈음에 남성 도형화에 근육 얹는 걸 보고 정말 감탄했는데, 그야말로 '얹기만' 해도 굉장히 사실적인 인체가 됩니다. 인체를 그리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이 각도에선 이게 어떻게 보이나.." 하는 것이었는데, 도형화를 베이스로 깔아놓은 상태에선 뒤에 배우는 근육 모양을 적당히 얹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묘사가 가능해집니다. 특히 각도별로 회전하는 모습, 포즈에 따른 변화도 다루다보니 모양과 위치를 파악하기도 쉽고 응용하기에 정말 좋습니다.

     한편 그림 외적으로도 여러모로 얻어가는 게 많은 강좌였습니다. 이 강좌가 기본적으로 만화 그리기 강좌이다보니, 사실적 묘사 외에도 생략과 단순화를 통한 '이미지'의 형성과 전달을 강조합니다. 저는 강좌 초반에서 "그림은 기본적으로 평면을 입체로 속이는 행위이다"라는 언급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강의 후반부에서 눈, 코, 입을 여러 스타일로 그리면서 단순화와 감정 이입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구요. 이런 자유로운 묘사가 가져다주는 '이미지'의 전달이야 말로, 사진의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그림이 입지를 굳건히 지키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배움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 '반복'에 대해 끊임 없이 강조하는 점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좌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5번/10번 반복이면, 사실 분야를 막론하고 정말 어지간한 내용은 다 체득할 수 있습니다. 저는 5번 정도는 강좌 듣고 바로 해보고, 나머지 5번은 며칠 시간을 두고 까먹지 않기 위해 복습하는 느낌으로 진행했습니다. 이게 선행되면 사진을 보더라도 근육의 모양이나 위치, 몸통이나 골반의 각도를 파악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복 학습이 되는 효과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거의 없었는데, 굳이 꼽자면 해부학 파트에서 회전시키면서 비교할 때 어느 근육이 어떤 것인지 대응시키는 부분이 좀 헷갈렸습니다. 반복해서 보면 되긴 하는데, 색이나 숫자로 살짝 표시가 되어있다면(가령 상완근에 해당하는 부분에 파란 점을 찍는다거나) 보기가 한결 더 수월할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건 반복 연습하다보면 어차피 명료해지는 부분이라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저는 이제 갓 초급 강좌를 마친 초보지만,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오히려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중급도 커리큘럼을 봐버린 이상 안 듣고는 못 배길 것 같긴 한데, 초급 강좌 수강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주저 없이 수강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멋진 강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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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툰스타 작성시간:2018-02-08 06:23:50 6년전
  • 후기고맙습니다. 수강후기포인트 지급해드렸습니다.
  • mrnobody 작성시간:2018-02-25 10:18:02 6년전
  • 정말 도움이 되는 후기네요. 저도 수강을 고민하고 있던 게임 제작자 입니다.^^ 수강신청하러 갑니다.